도시 산불의 장기적인 위협과 화학물질 오염 대응에 시급한 도전


도시 산불이 건강을 위협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 재난은 이제 '자연 재해'라는 전통적 개념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산불이 도심으로 확산되며 주택과 인근 인프라를 태워버리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장기적인 건강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위험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2025년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그 단적인 예다. 다수의 연구진이 이 도시 산불의 광범위한 유해물질 잔류와 그로 인한 건강 피해 가능성을 밝히고자 장기적 연구에 돌입했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 산불이 단기적 피해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과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이고 숨겨진 위협에 대해 살펴본다.

*도시 산불의 장기적인 위협과 화학물질 오염 대응에 시급한 도전



산불의 새로운 국면: 도심 속 재난

주거지를 태운 ‘도시형 산불’의 치명성

과거 산불은 주로 산림 지역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급격한 도시 확장과 기후 변화로 인해 도시 외곽과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이른바 ‘도시-야생 경계 지역(WUI; Wildland-Urban Interface)’에서 더 빈번하게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2025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도심까지 확산되며 약 수천 채의 주택이 소실되었고, 유해 화학물질 문제까지도 초래했다.

산림뿐 아닌 주택까지 같이 타버리는 현대의 산불

자연림이 아닌 주택가를 휩쓴 산불에서는 플라스틱, 고무, 페인트, 비닐, 전선, 유리섬유 단열재 등 다양한 인공물들이 타며 일반적인 산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생된다. 이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칵테일’이 되는 셈이다.


유독 물질의 위협: 꺼진 불 아래 남은 독소

산불 이후에도 ‘벤젠’이 떠돌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UCLA, USC 등 10여 개 기관의 연구진은 LA 지역 주택의 실내외 잔류 물질을 분석한 결과, 고농도의 벤젠(Benzene) 이 산불 발생 수주 후까지도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벤젠은 일반적인 산불에서도 생성되나, 주거지 화재에서는 훨씬 더 장기적으로 잔류할 가능성이 크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보호청(EPA) 모두가 발암성 1급 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며, 장기 흡입 노출 시 다음과 같은 위험이 있다:

  • 백혈병 및 기타 암
  • 생식기계 이상
  • 면역력 감소
  • 저체중아 출산
  • 생리불순 등

이처럼 단순 공기 오염물질 수준이 아닌 의료적 대응이 필요한 독성물질이라는 점에서 도시형 산불은 더욱 엄중하게 다뤄야 할 이슈가 된다.

납, 리튬, 플라스틱 화합물도 고농도 검출

산불 잿더미 속에는 벤젠 외에도 납(Pb), 리튬(Li), 폴리염소화비페닐(PCB)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혼재해 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산불 당시에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실내 공기와 먼지에서 고농도 납 성분이 검출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납은 신경학적 독성을 지니며, 아동의 인지 발달에 특히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지의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도시 산불의 장기적인 위협과 화학물질 오염 대응에 시급한 도전



화재 후유증,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장기 모니터링으로 밝혀지는 숨은 건강 피해

화재의 직접적인 상처는 피부에 남지만, 진짜 위험은 숨겨져 있다. 연구진은 산불에 노출된 주민과 소방관을 대상으로 장기간 건강 추적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 실리콘 팔찌 착용 → 체내 흡수된 화학물질 기록
  • 혈액 및 소변 검사
  • 폐기능 측정
  • 20년간 추적조사로 장기 건강 영향 분석

이는 단순 질병 진단이 아니라, 잠복기 동안 억눌려 있는 질병 가능성을 사전 탐지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 더 이상 예외 아냐

최근 경북 안동을 비롯한 우리나라 남동부 지역에서 반복된 대형 산불도 이미 주택가까지 피해를 준 바 있다. 단기적인 대응으로는 산불을 진화하는 데 그쳤지만, 장기적인 건강 조사나 실내 유해물질 모니터링은 여전히 부실한 실정이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의 대기질 가이드라인이나, EPA의 화학물질 노출 기준을 참고하여 후속 관리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시대의 생존 전략, ‘산불 후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

도시형 산불은 단순히 자연현상이 아닌 복합 재해다. 기후위기, 도시 확장, 산업화까지 얽히면서 그 위험도와 피해 양상은 더욱 다층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응도 새로운 전환점이 요구된다.

제도적 대응이 시급한 이유

  • ▶ 실내 공기질 모니터링 제도 정비 필요
  • ▶ 산불 피해지역 수질·토양 오염 기준 마련
  • ▶ 지역 주민 대상 건강영향조사 정례화
  • ▶ 소방관, 진압요원에 대한 사후 건강관리 체제 확립

현재 미국이 시도하고 있는 연구형 건강 추적 시스템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불이 꺼졌다고 끝이 아니다'는 공식을 공공정책 전반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도시 산불의 장기적인 위협과 화학물질 오염 대응에 시급한 도전



마치며: '꺼진 불씨'가 남긴 오래된 상처

대한민국도 더 이상 산불 안전지대가 아니다. 2025년 접어들며 빈번해진 봄철 산불, 피해 규모의 대형화, 주거지 침범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불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기’가 남긴 화학물질과 ‘재’ 속의 독소에 대해선 아직도 제대로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 건강영향 조사를 체계화하고, 도시 재난에 맞는 ‘통합 환경오염 관리 프레임’을 마련해야만 한다. 도시 산불은 이제 환경 이슈이자 공중보건 문제이며, 더 늦기 전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교훈을 과학과 정책으로 실현할 때이다.